오랜만에 합정역에서 약속이 있었다. 합정에서 약속을 잡으면 보통 5~8번 출구로 나가는데 여기는 1번 출구 바로 앞에 있었다. 입구부터 찐 레트로 호프 느낌이 물씬 나는 곳이었다.
간판도 취향저격이였는데, 은근히 강조된 '치킨'이라는 단어와 혼자 귀여운 폰트로 쓰인 '좋아', 그리고 화룡점정 메종까지 유쾌하다 유쾌해!
메종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몰랐는데, 프랑스어로 어떤 음식이 해당 레스토랑의 독창적인 레시피로 만들어졌을 때 메뉴 앞에 메종을 붙인다고 한다. 기대를 안고 치킨이 좋아가 있는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실망시키지 않았던 내부. 여기는 진짜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가운데에 단체석이 있고 양 옆으로 4명이 앉을 수 있는 파티션이 있는 자리가 쭉 있었다. 합정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신기해하며 자리를 잡았다. 좌석마다 놓인 노란 꽃 그림, 돈 들어오는 그림이 참 정겨웠다.
치킨이 좋아 메뉴
주 종목으로 보이는 치킨은 후라이드 19,000원, 양념 20,000원이었다. 반반으로 하면 20,000원이었다. 우선 치킨 양념반 후라이드반과 생맥주 2잔을 주문했다. 치킨 메뉴 외에도 안주 메뉴들이 다양하게 있었다. 내부 인테리어는 시대가 멈춘 느낌이었지만 메뉴는 성실하게 물가가 반영되어 있었다. 합정역 출구 바로 앞에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다 싶었다.
기본으로 세팅되는 샐러드와 치킨무, 그리고 팝콘 아니고 강냉이! 저 가벼운 앞접시까지 옛날 호프 느낌이 물씬났다. 양배추 샐러드는 케요네즈 소스에 야무지게 비벼서 먹었다. 추억이 밀려오는 맛이었다. 가끔 이런 맛이 그리울 때가 있는데 예상치 못하게 만나서 반가웠다.
크 이 감성. 묘하게 사이버 펑크 느낌이 나는 보라색 조명과 노란 맥주, 강냉이까지-! 작품 하나 찍었다. 이 감성에 카스 맥주잔은 아니다. OB 가 정답이었다. 맥주 한 모금에 강냉이를 집어먹으며 치킨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나온 치킨! 메종 치킨! 양은 좀 적었는데, 한 입 먹고 놀랐다. 이 집 맛집이다. 껍질의 바삭함을 상당히 잘 살렸고, 닭살이 엄청 쫄깃했다. 최근에 먹은 치킨 중 단연 1등이었던 것 같다. 튀김옷이 거의 없다시피 얇아서 느끼함이 적었다. 양념도 진짜 옛날에 아버지가 사 오셨던 추억의 맛이었는데, 찐득하게 닭고기에 착 붙어 있어서 너무 맛있었다. 나는 후라이드파인데, 여기서는 완전히 중립이었다. 후라이드와 양념,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더부룩하게 배가 차는 치킨이 아니라서 맥주와 먹기에도 너무 좋았다.
치킨이 맛있었지만, 양이 적어서 추가로 두부김치를 주문했다. 두툼한 고기와 함께 볶은 김치를 가운데에 두고 양쪽에 정갈하게 두부가 담겨 나왔다. 사장님 손맛이 굉장히 좋은 것 같다. 이 메뉴도 상당히 괜찮았다. 삼겹살 아니면 돼지비계를 잘 안 먹는데 여기는 비계가 엄청 쫀득하고, 돼지 잡내도 안 나서 맛있었다. 치킨이랑 두부김치만 먹어봤는데, 이 집 실력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합정에 화려한 맛집, 술집들이 많은데 숨겨진 보물을 찾은 느낌이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안주 메뉴 도장깨기 하러 방문해야겠다. 치킨은 필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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